아침 7시 40분, 동해남부선

Memories 2009/10/10 21:32 by NAK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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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남부선이라는 열차노선이 있다. 대한민국의 척추, 태백산맥을 따라 종으로 남쪽의 바다를 향해 달리는 열차이다. 북에서 남으로 바다를 향하는 열차의 여정길 끝자락 무렵에, 언덕에 빼곡한 침엽수들을 헤치고 마치 긴 여행길의 보상이라는듯이 자랑스럽게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사 후 통근을 위해 이 열차를 아침저녁으로 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곧 이 풍경에 홀려버렸다. 저녁의 귀가길에는 어두워져 보이지 않지만, 새벽의 희뿌연 안개 속으로 나타나는 거대한 바다, 미명속에서 고요히 아침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려 기다리고 있는 어린 바다, 굵은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의 거친 바다, 조용히 이슬비가 치적치적 내리던 날의 잔잔한 바다.. 사람이 만들어낸 어떤 유치한 건축물보다도 잔인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가 있었다.

어느 비가 내리던 아침, 두텁게 드리워진 안개빛 하늘 아래로 비를 맞으며 광대히 요동치는 옅은 쑥빛 바다위를, 자그마한 몸에 생명을 담고 대기속을 도약하는 작은 새가 있었다. 새는 수직으로 상승하려 하고 있었지만 쉴새없이 내리는 장대비를 맞으며 주먹만한 새가 기운차게 날아오르기는 힘들었던것 같다.
기차는 곧 바다를 지나 빌딩의 숲으로 접어들었지만 어째서인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 자그마한 퍼덕임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나는 펄떡이는 작은 심장으로, 내가 보아왔던것중 가장 거대한 자연에 홀몸으로 맞서는 작은 새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지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 영문모르게 가슴이 싸해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제일 먼저 너를 생각했던거야. 지금쯤이면 아직 단잠에 빠져 귀여운 얼굴로 잠들어 있을 너를 생각하며, 그저 그 풍경을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 비록 불완전한 손으로 더듬어 빚어낸 기억의 조악한 모조품일 뿐이라 해도.

(2008/03/12 이글루에 쓴 일기에서 가져옴)
2009/10/10 21:32 2009/10/1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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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셀레스티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아...안개가 있지만 풍경 참 예쁜거같아요.
    제 고향인 벌교(고흥)에도 저런 풍경의 바다가 보이는데 안개도 가끔끼더라고요 ㅎ
    시간만 많다면 예쁜 바다 찾아다니면서 여행해보고싶습니다 ㄲㄲ

    2009/10/10 22:15
  2. patsu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닷가에 발을 묻고
    멍하니 파도가 발목을 휩쓸었다 떨어졌다 반복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 시간 엄청 빨리 흘러.

    바다 보고싶당,, 만약 지스타가면 해운대라도 들러야지 ㅎㅇㅎㅇ..
    근데.. 혼자()

    2009/10/11 02:40
  3. 하르모니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해가 짧다는 거죠. 아침에도 해가 늦게 뜨니까 여름에는 볼 수 없는 어슴푸레한 광경이 신비롭게 다가올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해군을 제대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지만, 군대시절 머리가 복잡 할 때마다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보았던 안개에 걸린 겨울바다 풍경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그렇다고 군대에 다시 간다는 말은 아니고;;;ㅜㅜ)

    2009/10/11 20:49
  4. 세이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풍경이... 이거, 그림인가요. '언덕에 빼곡한 침엽수들을 헤치고 드러나는 바다'가 정말 보고 싶어지네요ㅎㅎ 그렇지 않아도 중간고사 끝나고 한 번 어디론가 떠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_+

    2009/10/12 00:14
  5. RATI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이 1년7개월 전 글이라고??!, 허...시간 빠르다 ㅇ<-<
    안개낀 풍경이 맘에드는걸?

    2009/10/12 00:28
  6. 갈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새야 먹자~ 구구구구구구구구
    마이쪙!

    2009/10/12 17:43
  7. IceKis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링크타고왔어요~ 그림 너무 멋있어서.. 즐겨찾기 하고 종종 들를게요. 잘 봤어요~!

    2009/10/27 19:40
  8. OpenID Logo 메드캣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죽여주게 멋있네요.

    2009/10/29 05:47
  9. montreal floris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그림 같네여

    2009/11/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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